행복 끝 고생 시작
이상한 조짐이 감지된 건 한 달 전인 2009년 7월 17일. 3년 가까이 멀쩡히 잘 돌아가던 내 흰둥이 아이맥(Intel Core Duo 2GHz의 2006년 초기 모델)이 리부팅을 하려고 하니 '틱틱'거리는 소리 몇 번 나더니만 시동 디스크를 찾지 못했다는 물음표 박힌 폴더 모양만 깜빡깜빡.<iPhone으로 촬영한 영상. 실내라 좀 어두움. 충격과 공포(?)로 인해 흔들리기도 함 --;;>
애플의 조언 대로 Leopard DVD로 부팅한 후 디스크 유틸리티를 실행해 보니 하드 디스크는 오간 데가 없고, PRAM 소거를 암만 해 줘도 별 무 반응. 엎친데 덮친 격으로 Leopard DVD는 도무지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에 죽은 자식 뭐 만지듯 하릴없이 리부팅을 반복했더니만,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어느 순간 마법과 같이 부팅이 짜자잔~!
Deja Vu - 되풀이되는 악몽 ㅠ.ㅠ
뭐 여기까지 진행돼서 잘 끝났다면 돈 굳고 시간 절약하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겠지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원래부터 컴퓨터를 잘 끄지 않는지라 문제의 그날 이후로도 계속 켜 놓고 있다가 리부팅할 일이 있으면 잠깐 리부팅하곤 했는데, 이게 처음 시동음(Wall-E가 태양광 충전을 마치고 에너지 빠방한 상태일 때 내는 소리)이 계속 나지 않아 좀 불안하긴 했더랬다.
그러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 번 껐다 켜 줘야겠다 싶어 완전히 끄고 나서 다시 시동을 했더니 문제의 그날과 같은 반응. 이번에는 아무리 애써도 하늘이 감격하지 않았더랬다. 이날이 8월 9일, 하필이면 일도 많이 밀린 주일.
안 되겠다 싶어 Apple Store의 Genius Bar에 화요일 예약을 했다. Warranty를 찾아 보니 아니나 다를까 3년짜리가 막 끝난 시점이다. 맨날 이래...
그래서, 8월 11일 화요일 오후 5시, 낑낑거리며 Emeryville의 Apple Store까지 그 무거운 아이맥을 들고 찾아 갔다.
Apple Store에 갔더니...
Apple Store Bay Street 지점.
평일 5시인데도 웬 놈의 사람들은 그리 많은지... 너무 일찍 가서인지 한 35분 넘게 기다리다가 드디어 Genius Bar의 호출로 상담원('genius'라고는 결코 부르고 싶지 않다.--;)과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뭐가 문제냐고 묻길래 ticking sounds와 함께 부팅이 안 된다고 했더니만 역시나 하드 드라이브 문제인 것 같다고. Serial number를 알려 달라고 해서 알려주었더니 한 5분 있다 다시 나와서 하는 얘기인즉슨, 워런티 기간이 지나서 유상 수리만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250GB SATA 하드 드라이브 부품 가격으로 $250, labor fee로 약 $100을 청구한다는 것이다. 합이 $350. OMG~!!!
이런... 1TB SATA II가 기껏해야 $85 정도 하는 요즘, 용량 1/4을 거의 세 배에 가깝게 받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그래도 이 친구는 솔직한 게, 처음부터 자기네 가격이 결코 싸지 않다(not competitive)라고 말을 시작하면서, 근처의 Mac 제품 수리하는 데를 알아보는 게 어떻냐고 권하더군. 뭐 그래봤자 오십보 백보 라는 건 잘 알지만 말이지... 할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몽땅 싸들고 다시 나왔다. (그래봤자 본체하고 파워케이블 달랑 두 개지만. ^^;;)
'그래, PC 뜯어 본 게 한두 번도 아니니... Mac이라고 뭐 특별나겠어?'
결국 DIY, 내 손으로 직접 하기로 결심하고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 요 아저씨 글 과 이 분의 글 을 참고하고 YouTube의 동영상들로 미리 예습을 한 후 Amazon에서 하드 드라이브를 주문했다. 2006년 Intel Core Duo iMac 2.0GHz의 스펙을 Google해 보니 2.5인치 하드 드라이브인 것 같아서 2.5인치짜리로. 뭐 이 때만 해도 잘 몰랐다. 이게 얼마나 생노가다인지를... ㅠ.ㅠ
날 기다린 건 삽질뿐!
바로 어제, 기다리던 하드 드라이브가 도착했다. WD Scorpio Black 2.5" 320GB SATA II 7200 RPM 16MB buffer. 2.5인치에 7200 RPM이라 상대적으로 조금 비싼 $82.13 (물론 S&H 포함.)
이 놈을 옆에 끼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거실로 가서 천을 깐 후 만반의 준비와 함께 심호흡을 하고 드디어 뚜껑을 열어 젖.......히려 했지만 이건 뭐 예습한 것과 난이도가 상당히 다른 것이다. 메모리 부분 커버 패널을 떼고 밑부분 나사를 빼서 준비한 것까지는 예상과 다름 없었지만 스크린 있는 윗부분 커버를 떼어 내는데 왜 그리 힘이 들던지... iSight 선을 안 다치게 하려고 조심하긴 했지만 너무 안 열려 강도를 조금씩 높이면서도 속으로 얼마나 불안해 했던지... -_-; 결국 iSight 달린 윗 커버 안의 옆쪽으로 얇은 철판으로 된 래치가 있어서 아랫부분 커버와 맞물리게 돼 있어 클릭 소리가 날 때까지 힘 주어 열어야 했다. (열고 나서 속사정을 알고 나니 허무 ㅠ.ㅠ)
윗 커버를 떼어낸 후 옆으로 살짝 제치고 스크린 젖히는 작업에 들어갔는데 이것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아이맥은 최대한 컴팩트하게 만들기 위해 일반 머더보드 위에 스크린을 덧씌운 방식인데 그래서 머더보드 상에 있는 하드 드라이브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스크린을 반드시 제쳐야 하게 돼 있다.
아랫부분과 옆부분, 그리고 윗부분의 알루미늄 foil 같은 접착 테잎을 조심스럽게 떼어 내고 보이지 않는 밑부분의 나사 네 개를 떼어내니 스크린을 들어낼 수 있게 되었는데, 여기서 최대의 난제에 부딪치고야 말았다.
왜 내 아이맥은 스크린 왼쪽 아래, 왼쪽 위, 가운데 아래, 이렇게 세 군데나 머더보드에 코드로 연결돼 있는 건데~!!!
이래 가지고서야 도무지 스크린을 젖힐 수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할 수 없이 연결된 코드를 빼지 않고 진행한다는 원래의 방침(?)을 버리고 스크린 왼쪽 위에서 머더보드에 연결되는 코드를 빼낼 수밖에 없었다. 이건 또 어찌나 꽉 끼어 있었던지... 케이블 끊어지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면서 한 5분은 낑낑댄 것 같다. ㅠ.ㅠ
코드를 빼내고 나서도 스크린이 양껏 제쳐지지 않아서 룸메이트 '짱브로'를 긴급 호출, 스크린을 잡고 있게 한 후에야 감격의 머더보드 상봉~! 하지만 여기서도 복병은 또 있었으니...
2.5인치가 아니라 3.5인치잖아~!!!
그렇게 열심히 Googling을 했건만... 내 아이맥은 2.5인치 노트북용 하드 드라이브가 아닌 3.5인치 데스크탑용 하드 드라이브를 쓰는 모델이었던 것이다. Google 신, 너마저... ㅠ.ㅠ 이건 뭐, 수술을 위해 개복해 보니 엉뚱한 부위에 문제가 있는 걸 발견한 의사의 심정이랄까... (응?)
저녁 7시 30분. 부랴부랴 지갑 챙겨서 Best Buy에 가서 결국 하드 드라이브를 하나 더 살 수밖에 없었다.
WD Caviar Green 3.5 Inch SATA II 1TB, 32 MB Cache
다행히 '짱브로' 군이 협찬해 준 $10 할인 쿠폰이 아니었다면 온라인 가격보다 $20 비싸게 주고 살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치만 어차피 Best Buy에서 살 거면 뭐 하러 일주일이나 기다린 건지... 에휴...
어쨌든, 30분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날 반기는 건 거실에서 속을 까놓은 채 널부러져 있는 불쌍한 아이맥 군. 다시 '짱브로' 군의 도움을 받아 스크린을 고정시켜 놓고, 하드 드라이브 마운트를 떼어 내고 thermo-sensor 붙여 놓은 부분도 조심스럽게 떼어 낸 후 새로 산 하드 드라이브를 집어 넣고 thermo-sensor도 접착제 부분이 부실해져서 electric tape으로 붙이고...
(이 과정은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찍어 멋지게 올린다'는 애초의 취지를 망각하고 뒷수습에 급급하게 되었다. 오호통재라~ ㅠ.ㅠ)
스크린도 다시 조심스럽게 제자리에 놓고 아까 떼어 놓은 코드도 다시 끼우고, 나사 네 개를 다시 조이고, 젖혀 놓았던 알루미늄 foil 접착 테잎도 다시 붙이고, 윗 부분 커버도 드디어~!!! 다시 끼우고 밑부분의 메모리 커버 패널로 다시 나사로 조이고...
이렇게 해서 일단 하드 드라이브 갈아 끼우기는 온갖 우여곡절 끝에 마치게 되었다.
어쨌든 날 살린 타임머신
수술(?)을 위해 떼어놓았던 주변기기들을 다시 연결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전원 스위치를 누르니 Leopard DVD로 부팅이 되면서 짜잔~! 하드 드라이브가 인식이 된다. 그것도 1TB 풀로. SATA II라 인식이 힘들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칩셋이 Intel이어 그런지 다행이 SATA로 downgrade해서 인식하는 듯. 속도야 반으로 떨어진다 해도 인식이 되는 게 어디야...
기본적인 설치를 마치고 다시 부팅을 하니 welcome 영상과 함께 사용자 설정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이 중요~! 여러 가지 옵션 중, '타임머신에서 설정과 백업된 자료 가져오기'를 선택하니 110GB의 예전 자료와 설정, 애플리케이션들을 약 두 시간을 들여서 99% 정도 가져온다. 브라보~!!!
알루미늄 키보드에서의 타이핑을 잘 인식하지 못해 암호 입력에서 약간 문제가 있었지만 옛날 키보드를 연결하고 Leopard DVD로 다시 부팅해서 '암호 재설정'을 적용해서 해결.
다시 재부팅하고 죽기 직전의 작업 환경을 99% 살려 놓은 모습을 보니 감격의 눈물이... ㅠ.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도 적용하고, 애플리케이션도 확인해 보니 100여 개 가까이 되는 것들 중에 중요하지 않은 5개 정도만 문제가 있어서 삭제.
Snapz Pro X는 사용자 인증이 풀려서 다시 적용했고 아직까지 다른 애플리케이션 중에 인증이 풀린 경우는 없는 듯.
Apple Mail과 Calendar, iTunes의 50GB 가까이 되는 음악 자료는 100% 자료 복구가 되었다. 특히 Calendar 자료는 .Mac에 백업해 놓은 게 있어서 나름 도움이 되었다.
두 시간 넘게 낑낑거리면서 하드웨어와 씨름한 게 허무하게 느껴질 만큼 손쉬운 복구였다. Firewire 외장 하드 하나 생으로 날리는 것 같아 처음 타임머신 설정할 때는 좀 아까웠지만 타임머신, 니가 오늘 날 살렸구나. 타임머신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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